미국행 에볼라 서약서는 건강 상태가 아니라 최근 21일 내 콩고민주공화국 방문 여부만 묻는 여행 이력 서류다. 발열이나 설사가 있어도 에볼라 발생 지역 방문 이력이 없다면 가능성은 사실상 없으니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발생 지역을 다녀온 뒤 증상이 생겼다면 병원 직행 대신 질병관리청 1339에 먼저 연락하는 것이 순서다.
미국행을 앞두고 열이 나거나 배탈이 났다면, 새로 생긴 에볼라 서약서부터 걱정하기 쉽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서약서는 건강 상태를 묻는 서류가 아니다. CDC가 공개한 양식을 보면 질문은 단 하나, 최근 21일 안에 콩고민주공화국(DRC)에 머문 적이 있는지뿐이다. 발열이나 설사 같은 증상을 적는 칸은 아예 없다.
그래서 몸이 안 좋아도 최근 DRC에 다녀오지 않았다면, '없었다'에 체크하고 서명하면 된다. 서약서가 아픈 사람의 탑승을 막는 장치는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아픈 채로 장거리 비행에 오르는 것이 괜찮은가는 서약서와 별개의 문제다.
Photo by Jarosław Kwoczała on Unsplash
양식 내용은 간단하다. "미국행 탑승 전 21일 동안 콩고민주공화국에 있지 않았다"는 문장을 읽고, 두 선택지 중 하나에 체크한 뒤 이름과 서명을 적는다. 본인 것 외에 미성년자나 직접 쓰기 어려운 동행인은 대리로 작성할 수 있다.
여기서 DRC에 '있었다'의 범위는 넓다. 비행기로 들어가거나 거쳐 간 경우는 물론,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고 DRC 공항에서 환승만 했어도 포함된다. 반대로 상공을 지나가기만 한 경우는 빠진다.
주의할 점은 거짓 기재의 무게다. 양식에는 허위·오인 정보를 제출하면 미국 연방법에 따라 벌금이나 최대 1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처벌 대상은 아픈 걸 숨기는 게 아니라 여행 이력을 거짓으로 쓰는 행위다. 증상이 있다고 불이익을 받을까 봐 사실과 다르게 적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증상이 있을 때 무엇을 봐야 할까. 핵심은 증상 자체가 아니라 '노출 이력'이다.
에볼라는 바이러스에 노출돼야 걸린다. 최근 아프리카 에볼라 발생 지역을 방문했거나 의심 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다면, 열과 설사가 있더라도 에볼라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흔한 감기나 장염일 때가 훨씬 많다. 질병관리청은 DR콩고와 우간다를 비롯한 여러 나라를 중점검역 대상으로 지정해 두고 있는데, 이런 지역을 다녀온 뒤 21일 안에 발열·무력감·구토·설사·복통·출혈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그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정리하면 이렇다. 노출 이력이 없는 흔한 감기 증상이라면 과도하게 불안해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발생 지역 방문 이력에 증상이 겹친다면, 그건 실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증상이 걱정된다면 병원으로 바로 달려가기보다 먼저 전화를 거는 편이 낫다. 질병관리청은 에볼라 같은 감염병이 의심될 때 의료기관을 바로 방문하지 말고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나 관할 보건소에 먼저 연락하라고 안내한다. 자가 판단으로 응급실을 찾으면 다른 환자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1339는 하루 24시간 상담을 받는다.
출국을 앞둔 상황이라면 순서는 더 명확하다.
불안의 크기를 키우는 건 대개 정보의 공백이다. 서약서는 여행 이력만 묻는 서류일 뿐이고, 증상이 걱정될 땐 혼자 판단하는 대신 1339에 한 번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