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혈 사망 재수사, 의료과실 이렇게 입증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O형 환자에게 A형 혈액이 잘못 수혈돼 약 한 달 뒤 환자가 숨진 사건을, 경찰 불송치 뒤 서울북부지검이 최근 재수사를 요청했다. 재수사 요청은 무혐의를 뒤집은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더 확인하라는 절차이며, 의료과실은 과실 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의 개연성을 함께 따져 가려진다. 진료기록 사본과 시간대별 경위를 확보하고, 불송치 통지를 받았다면 이의신청 기한을 확인하는 것이 첫 대응이다.

O형 환자에게 A형 피가 들어갔다
2024년 9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심정지 상태로 실려 온 50대 여성 환자의 혈액형이 검사에서 A형으로 판정됐다. 실제 혈액형은 O형이었다. 다른 환자의 혈액 바코드와 뒤바뀌면서 맞지 않는 피가 수혈됐고, 환자는 약 한 달 뒤 숨졌다.
유족은 의료진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응급실 간호사의 확인 절차가 부정확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며 불송치 처분했다. 당시 전공의 파업으로 인력이 부족했고 응급환자가 몰렸으며, 환자가 심정지와 폐색전증 같은 중한 기저 상태였다는 점이 고려됐다.
재수사 요청은 무혐의를 뒤집은 게 아니다

RDNE Stock project
최근 서울북부지검이 이 사건 수사기록을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다. 재수사 요청은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낸 것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이유를 문서로 밝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경찰은 이에 따라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정한다. 이번 요청도 최종 판단 전에 사실관계를 더 확인하고 보강하라는 절차적 단계다. 결과는 재수사가 끝나야 나온다.
의료과실은 어떻게 가려지나
과실을 따지는 기준은 형사와 민사가 다르다. 이 차이를 알아야 대응 방향이 잡힌다.
형사, 즉 업무상과실치사에서는 잘못된 처치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 기저질환이 겹친 사망에서 이 기준이 높게 작동하는 이유다. 반면 민사 손해배상은 기준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다. 대법원은 2023년, 환자 측이 진료상 과실로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었고 그 과실이 손해를 낳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인과관계를 추정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고도의 전문지식이 필요한 의료 분야에서 환자가 모든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오수혈처럼 기본 확인 절차의 오류가 명확한 사건은 과실 행위 자체를 지목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유형에 속한다.
환자와 유족이 먼저 챙길 자료
입증의 출발점은 기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초기에 움직이는 편이 낫다.
- 진료기록 사본: 환자 본인이나 유족은 의료법에 따라 발급을 청구할 수 있다
- 수혈·투약 기록과 검사 결과지: 어떤 혈액형으로 판정했고 무엇을 투여했는지
- 시간대별 경위 정리: 내원, 검사, 수혈, 상태 변화의 순서와 시각
- 응급실 상황 관련 자료: 당시 인력과 대응 과정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이나 중재를 신청하면 전문 감정을 거칠 수 있다. 소송으로 바로 가지 않고도 과실 여부를 따져볼 수 있는 통로다.
이의제기, 어떤 카드를 쓸 수 있나
이번 사건은 검찰의 재수사 요청으로 다시 열렸지만, 피해자 측이 직접 쓸 수 있는 카드도 있다. 경찰이 불송치하면 고소인·피해자에게 그 취지와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한다. 이 통지를 받은 사람은 경찰서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사건은 검사에게 넘어간다.
주의할 점은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이의신청에 기간 제한을 뒀다는 것이다. 통지를 받으면 결정 이유를 확인하고, 다투려 한다면 정해진 기한 안에 이의신청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불송치가 곧 사건의 끝은 아니지만, 다음 단계로 넘기는 문은 기한과 함께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