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심정지는 코스 후반에 몰리고 생존은 초기 응급 대응과 자동심장충격기 접근 속도로 갈려, 대회의 의료 배치가 신청 전에 따져볼 실질적 조건이 된다. 모집요강의 의료소 위치, 비상 직통번호, 기권 절차, 책임 병원, 보험 항목을 확인하고 배번 뒷면에 비상 정보를 적어두면 사고 시 대응이 빨라진다. 발열이나 수면 부족, 검사받지 않은 흉통 같은 신호가 있다면 기록보다 참가 유보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마라톤 사고는 드물지만 가볍지 않다. 한 의료 매체는 국내 대회 사망자가 연평균 10명 수준이라고 전했고, 다른 칼럼은 최근 4년간 20여 명으로 집계했다. 숫자는 집계마다 다르고 공식 통계라 보기도 어렵지만, 매년 누군가가 결승선을 밟지 못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 중요한 건 그 사고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미국에서 대회 의무 책임자들을 조사한 연구를 보면, 심정지는 코스 후반, 특히 결승점 부근에 몰리는 경향이 있었고 생존 여부는 초기 대응 인력과 자동심장충격기(AED)의 확보에 달려 있었다. 뇌는 혈류가 4~5분만 끊겨도 영구 손상될 수 있다. 어떤 대회는 코스 어디에서 쓰러져도 3~4분 안에 초기 조치를 받도록 설계했다고 밝히는데, 이는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아니라 주최 측이 세운 목표일 뿐이다. 그래서 대회의 의료 배치는 추상적인 안심 문구가 아니라, 신청 전에 따져볼 실질적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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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모집요강에는 의료·안전 항목이 있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신청 버튼을 누르기 전에 다음을 확인해두면 좋다.
이 항목들이 아예 보이지 않거나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같은 문구뿐이라면, 주최 측에 직접 물어보는 편이 낫다. 실제로 작동하는 체계는 고정 의료소, 이동식 구급, 후송·병원으로 이어지는 여러 층과 그 사이를 잇는 통신·지휘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안전은 주최 측만의 몫이 아니다. 쓰러진 러너가 말을 할 수 없을 때, 그를 대신해 말해주는 건 몸에 지닌 정보다.
번호표(배번) 뒷면에는 대개 비상 연락처와 만성 질환, 알레르기, 복용 약을 적는 칸이 있다. 비워두지 말자. 휴대폰 잠금화면에는 비상 연락처(ICE)를 띄워두고, 기저질환이 있다면 한 줄이라도 메모해둔다. 가족에게는 참가 대회명과 예상 완주 시간을 미리 알려두는 것이 좋다. 국내 대회가 참가자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기록은 전적으로 본인 몫이다.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는 '이번엔 쉰다'는 결정이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참가를 미루는 쪽을 권한다.
달리는 도중이라도 쥐어짜는 가슴 통증이나 심한 숨참이 오면 기록을 포기하고 즉시 멈춰야 한다. 심근경색의 신호일 수 있고, 이때 몇 분이 생사를 가른다.
완주 메달은 다음 대회에도 있다. 모집요강의 의료 항목을 한 번 훑고, 배번 뒷면을 채우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정직한 것. 이 세 가지가 기록보다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