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서울 목동 돌진 사고 이후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 논의가 다시 불거졌지만, 2026년 현재까지 나이를 이유로 면허를 강제 회수하는 제도는 없다. 그래서 운전이 불안한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은 사실상 가족의 몫으로 남아 있는데, 비난조로 꺼내면 오히려 반발을 산다. 운전 능력이 바뀌었다는 신호를 먼저 확인하고 반납 혜택과 대체 이동수단을 준비한 뒤 대화를 시작할지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부모님의 운전을 두고 가족이 고민하는 일이 부쩍 많아진 데에는 배경이 있다. 2024년 12월 31일 서울 목동 깨비시장에 70대 운전자가 차량을 몰고 돌진해 13명이 숨지거나 다쳤고, 운전자는 치매 진단을 받은 상태였다. 앞서 그해 7월 시청역 인근에서도 60대 후반 운전자의 사고가 있었다.
이런 사고가 이어지면서 경찰은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다만 흔한 오해와 달리 이 제도는 나이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경찰청은 치매나 심근경색 같은 중증 질환으로 운전 능력이 뚜렷이 떨어진 고위험 운전자에게 야간이나 고속도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2026년 현재 나이만을 이유로 면허를 강제로 거두는 제도는 없다.
제도가 없다는 말은, 부모님이 스스로 운전을 내려놓도록 설득하는 일이 결국 가족의 몫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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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출발점은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관찰이다. 해외 교통안전기관들이 공통으로 꼽는 경고 신호는 다음과 같다. 하나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여러 가지가 반복되거나 최근 들어 뚜렷해졌다면 눈여겨봐야 한다.
이 가운데 길을 잃는 증상은 단순한 노화보다 인지 기능 저하의 신호일 수 있어, 운전 문제를 넘어 병원 진료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반납을 권할 때 혜택을 함께 설명하면 대화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서울시의 경우 주민등록상 만 70세 이상이고 과거 반납 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 어르신이 면허를 자진반납하면 10만 원이 충전된 무기명 선불 교통카드를 받는다.
신청은 주소지 동주민센터에서 한 번에 처리된다. 예전처럼 경찰서를 따로 찾을 필요 없이, 주민센터에서 면허 취소 신청과 교통카드 수령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면허증이 있으면 그대로, 잃어버렸다면 운전경력증명서와 신분증을 가져가면 된다. 신청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하며, 카드 수령만 가족관계가 확인되면 가족이 대신할 수 있다.
한 가지 미리 알려 둘 점이 있다. 면허를 반납하면 가진 모든 종류의 면허가 함께 취소되고, 다시 따려면 1년의 결격 기간을 거쳐야 한다. 되돌리기 어려운 결정인 만큼 당사자가 충분히 납득한 뒤 진행해야 한다.
지원 금액과 대상 연령은 지역마다 다르다. 일부 지자체는 만 65세부터 적용하고, 2026년부터는 실제 운전 여부를 증빙한 사람에게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안내도 있다. 반납 전에 거주지 시·군·구청 공고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준비가 됐다면 말을 꺼내는 순서가 중요하다. 핵심은 '운전을 못 한다'가 아니라 '안전하게 지내자'로 방향을 잡는 것이다.
먼저 대안을 손에 쥐고 시작한다. 반납 뒤 병원·마트·모임에 어떻게 다닐지, 지하철과 버스·택시 비용을 교통카드로 어떻게 메울지 구체적인 그림을 먼저 그려 두면 부모님이 느끼는 상실감이 줄어든다.
다음으로 비난 대신 관찰한 사실을 공유한다. "요즘 운전이 위험해 보여요"라는 평가보다 "지난주에 신호를 두 번 놓치셨던데 요즘 어떠세요"처럼 겪은 일을 묻는 편이 반발을 덜 부른다.
한 번의 대화로 결론을 내려 하지 않아도 된다. 운전은 오랜 세월 지켜 온 독립성과 맞닿아 있어서, 결정을 재촉할수록 거부감이 커진다. 신호가 뚜렷하고 본인도 불안을 느낀다면 함께 병원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방법이다.
정리하면, 조건부 면허 같은 제도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가족의 설득이 가장 현실적인 안전장치다. 신호를 확인하고, 혜택과 대안을 준비하고, 안전을 앞세워 천천히 꺼내는 것. 이 순서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결과는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