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대용신탁은 신탁법 제59조에 따라 본인이 판단능력이 있을 때 미리 계약해 두는 재산관리·승계 수단이다. 치매로 의사능력을 잃으면 위탁자가 될 수 없어 진단 후에는 신규 가입이 사실상 막히고, 재산관리는 법원이 후견인을 정하는 성년후견으로 넘어간다. 수탁자 선정, 생활비·요양비 지급 조건, 사후수익자, 유류분과 세금을 계약 전에 전문가와 함께 점검해야 한다.
유언대용신탁을 알아보는 사람 대부분은 치매를 걱정해서 찾는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사실은 치매 진단을 받은 뒤에는 이 신탁에 새로 가입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신탁은 본인이 재산 관리 방식을 스스로 결정해 계약하는 제도다. 판단능력을 잃은 상태에서는 그 결정 자체를 할 수 없어, 위탁자가 될 수 없다. 즉 유언대용신탁은 치매에 대비하는 수단이지만, 치매가 오기 전에만 설계할 수 있는 수단이다. 미루다 진단을 받으면 선택지가 줄어든다.
Photo by Vitaly Gariev on Unsplash
유언대용신탁은 신탁법 제59조에 근거한 제도다.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 은행이나 신탁회사 같은 수탁자와 계약을 맺어 재산을 맡기고, 생전에는 본인이 그 수익을 받다가 사망 후에는 미리 정한 사람에게 재산이 넘어가도록 설계한다.
구조는 세 축이다. 재산을 맡기는 위탁자, 그 재산을 관리·처분하는 수탁자, 그리고 사망 후 재산을 받는 사후수익자다. 맡긴 재산의 명의가 수탁자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부동산이라면 신탁등기를 해야 효력을 제대로 주장할 수 있다. 유언장을 따로 쓰는 유언신탁과는 다른 방식이라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미리 신탁을 해두지 않은 채 치매로 판단능력을 잃으면, 재산 관리는 성년후견 제도로 넘어간다. 가족이 법원에 청구해 후견인을 선임받고, 그 후견인이 본인을 대신해 재산을 관리하고 의료·요양·거주 같은 신상 문제까지 결정한다.
문제는 이 절차가 법원을 거쳐야 해서 시간이 걸리고, 후견인이 재산을 어떻게 쓸지가 본인의 사전 의사가 아니라 법원의 감독 아래 정해진다는 점이다. 생활비를 어디에 얼마씩 쓸지 본인이 미리 못 박아두기 어렵다.
가장 큰 차이는 시점이다. 유언대용신탁은 판단능력이 있을 때 미리 설계하고, 성년후견은 능력이 떨어진 뒤에 시작한다. 또 신탁은 재산 관리와 승계에 초점을 두는 반면, 성년후견은 재산뿐 아니라 의료·요양 같은 신상 보호까지 맡는다.
둘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에 가깝다. 발병 전에는 신탁으로 재산 운용 방식을 정해두고, 이미 능력이 저하된 뒤에는 후견과 신탁을 결합한 성년후견지원신탁을 쓰는 방식도 있다. 신상 보호가 필요하면 신탁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판단능력이 있을 때 서두르더라도, 다음은 반드시 따져보는 편이 좋다.
재산 종류가 부동산 중심이고 가족 간 분쟁 가능성이 걱정된다면, 판단능력이 분명한 지금 전문가와 설계를 상의해 두는 쪽이 현실적이다. 다만 유류분과 세금처럼 결과가 크게 갈리는 부분은 금융사 상담만으로 끝내지 말고 상속 전문 변호사나 세무사에게 개별 사안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