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이 집단 괴롭힘 끝에 투신을 시도한 사실이 몇 달 뒤에야 알려졌고, 피해 아동은 스스로 어려움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부모가 등교 거부, 원인 모를 신체 증상, 위축 같은 일상의 변화를 신호로 읽는 것이 조기 발견의 출발점이 된다. 서로 다른 신호가 겹쳐 보이면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담임과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 Wee센터에 사실을 확인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2025년 11월, 제주 서귀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이 집단 괴롭힘 끝에 교내에서 투신을 시도했다. 이를 목격한 친구가 붙잡아 목숨을 구했다. 채팅방에서 국적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일이 있었고, 투신 시도 이후에도 일부 학생의 괴롭힘은 이어졌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그로부터 한참 뒤였다. 학교는 투신 사실을 교육지원청에 유선으로 알리고 상담을 지원했지만, 공식 문서 보고와 기록 관리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점을 제주도교육청도 인정했다. 부모가 동급생 채팅방을 통해 괴롭힘을 파악하고 학교와 경찰에 알린 것은 2026년 들어서였다.
여기서 부모가 주목할 대목은 시점이다. 피해는 몇 달 동안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아이가 스스로 "괴롭힘을 당한다"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사이, 시간은 계속 흐른다. 그래서 아이의 말보다 앞서 일상의 변화를 읽는 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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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아동은 창피함, 보복에 대한 두려움, 부모를 걱정시키기 싫은 마음 때문에 입을 닫는 경우가 많다. 상담기관과 경찰청이 공통으로 꼽는 신호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나타난다.
한 가지 신호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아이는 사춘기나 다른 이유로도 위축되고 등교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서로 다른 영역의 신호가 같은 시기에 겹쳐 나타난다면, 그때는 흘려보내지 말고 확인이 필요한 단계로 봐야 한다.
앞선 사건처럼 요즘 괴롭힘은 교실 밖 채팅방으로 옮겨간다. 등하교 시간과 무관하게, 집 안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몸에 남는 흔적이 없어도 아이가 무너질 수 있다. 특정 알림이 뜰 때마다 표정이 굳거나, 단체 대화방을 확인한 뒤 갑자기 말수가 줄어드는 변화는 눈여겨볼 만하다. 화면을 몰래 보려 하기보다, 평소와 달라진 반응의 패턴을 관찰하는 편이 낫다.
신호가 겹쳐 보일 때 가장 먼저 조심할 것은 부모의 첫 반응이다. "왜 이제 말해", "네가 뭘 잘못한 거 아니냐"는 식의 추궁은 아이가 다시 입을 닫게 만든다.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먼저 안정시키고, 사실 확인은 기관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순서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통로는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다. 국번 없이 117로 24시간 전화할 수 있고, 문자는 #0117, 온라인은 안전Dream 홈페이지로 접수된다. 여성가족부·교육부·경찰청이 함께 운영해 상담부터 신고, 수사 연계까지 한자리에서 다룬다.
학교 안에서는 담임교사나 학교폭력 전담기구에 알리면, 사안에 따라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절차로 이어진다. 아이의 심리 회복이 급하다면 Wee센터나 Wee클래스의 상담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어느 경로든 대화 캡처, 사진, 날짜 같은 기록을 남겨 두면 이후 확인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