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이 간의 포도당을 끌어내고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혈당이 오르지만, 급성 반응은 스트레스가 지나가면 대개 원래대로 돌아온다. 한 연구에서 의대생의 시험 당일 공복혈당이 나흘 전보다 약 7% 올랐다가 다음 날 정상으로 회복돼, 일시적 상승과 당뇨는 지속성에서 갈린다는 점을 보여줬다. 공복혈당 126이나 당화혈색소 6.5%를 한 번 넘겼다고 당뇨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명백한 고혈당이 아니라면 다른 날 재검으로 확인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혈당 사이에는 호르몬이 있다. 긴장하거나 불안한 순간 몸은 곧바로 에피네프린, 흔히 아드레날린이라 부르는 호르몬을 낸다. 이 호르몬은 간과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을 혈액으로 쏟아낸다. 위기 상황에서 근육이 쓸 연료를 미리 꺼내 두는 셈이다. 그래서 혈당이 순간적으로 오른다.
스트레스가 며칠, 몇 주씩 이어지면 다른 호르몬이 등장한다. 부신에서 나오는 코르티솔이다. 코르티솔은 간이 포도당을 계속 내보내게 하고,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작용까지 방해한다. 두 호르몬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하다. 아드레날린은 짧게 치고 빠지고, 코르티솔은 오래 눌러 앉는다.

Vitaly Gariev
실제 수치를 본 연구가 있다. 체코 프라하 의대 2학년생 22명에게 연속혈당측정기를 붙이고 시험 전후를 추적했더니, 시험 나흘 전 96.3mg/dL이던 공복혈당이 시험 당일 103mg/dL로 올랐다. 약 7% 상승이다. 자는 동안의 혈당도 84.6에서 88.7로 소폭 올랐다.
숫자만 보면 걱정스럽지만 맥락이 중요하다. 103mg/dL은 당뇨 기준인 126에 한참 못 미친다. 그리고 시험이 끝난 다음 날 혈당은 97.6mg/dL로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연구진은 코르티솔이 원인일 것으로 봤지만 실제 코르티솔을 재지는 않았고, 22명이라는 적은 인원이라는 한계도 밝혔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일시적 스트레스가 혈당을 올릴 수 있고, 대개는 스트레스가 가시면 회복된다.
핵심 갈림길은 지속성이다. 마감이나 시험처럼 원인이 뚜렷하고, 그 시기가 지난 뒤 혈당이 내려온다면 일시적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특별한 스트레스가 없는데도 수치가 계속 높거나, 다음 세 신호가 함께 온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소변이 잦아지고(다뇨), 갈증이 심해지며(다음), 특별히 굶지 않았는데 체중이 준다면 당뇨를 의심할 상황이다.
진단 기준은 네 가지다. 8시간 이상 굶은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 포도당 75g을 마신 뒤 2시간 혈당이 200 이상, 당화혈색소가 6.5% 이상, 또는 다뇨·다음·체중감소 증상과 함께 아무 때나 잰 혈당이 200 이상인 경우다. 아래 표는 정상과 전단계, 당뇨의 경계를 정리한 것이다.
| 구분 | 공복혈당 | 식후 2시간 | 당화혈색소 |
|---|---|---|---|
| 정상 | 100 미만 | 140 미만 | 5.7% 미만 |
| 전단계 | 100~125 | 140~199 | 5.7~6.4% |
| 당뇨병 | 126 이상 | 200 이상 | 6.5% 이상 |
숫자 단위는 모두 mg/dL이다. 공복혈당이 100~125에 걸치는 전단계는 병은 아니지만 방치하면 당뇨로 넘어갈 수 있는 구간이라, 스트레스가 사라진 뒤에도 이 범위라면 관리 대상이 된다.
한 번의 수치로 당뇨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 안내에 따르면, 증상이 뚜렷한 명백한 고혈당이 아닌 이상 공복혈당·당부하검사·당화혈색소는 다른 날 다시 검사해 확인해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딱 한 번 130이 나왔다고 당뇨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언제 재검을 받아야 할까. 검진 당일 잠을 설쳤거나 큰 시험, 발표, 밤샘 업무 직후였다면 컨디션이 정상인 날 공복혈당이나 당화혈색소를 다시 재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평균 혈당을 반영하므로 그날그날의 스트레스에 덜 흔들려, 일시적 상승인지 아닌지 가리는 데 유용하다.
반대로 재검을 미루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다뇨·다음·체중감소가 겹치거나, 스트레스 요인이 없는데도 수치가 반복해서 높게 나온다면 '스트레스 탓'으로 넘기지 말고 내과 진료를 받는 편이 낫다. 판단의 기준은 단순하다. 원인이 분명하고 지나간 뒤 회복되면 지켜봐도 되고, 원인이 없거나 증상이 동반되면 확인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