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동 영구임대아파트 화재로 뇌병변 장애 모친과 아들이 숨졌고, 이 집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노후주택 소급 미적용과 신청주의 지원 구조가 겹쳐 취약가구가 안전망 밖에 놓이기 쉽다는 점이 드러났다. 비슷한 처지라면 주택용 소방시설 무료 보급과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직접 신청해 확인해야 한다.
8월 11일 오후 4시 55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났다. 이 집에 살던 60대 여성과 30대 아들이 숨졌다. 어머니는 뇌병변 장애가 있었고, 두 사람은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었다.
숨진 정황이 특히 아프다. 모자는 불길을 피하려다 베란다 쪽 화단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두 사람 모두 추락 지점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소방과 합동 감식을 벌여 화재 원인과 추락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 사건이 개인의 불운으로만 읽히지 않는 이유가 있다. 거동이 어려운 가족을 한 사람이 떠안고 있던 집에서, 대피를 도와줄 장치도 사람도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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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난 아파트는 1992년 지어진 영구임대아파트로,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이는 관리 부실이라기보다 제도의 시차 문제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처음 도입된 1990년 기준은 '16층 이상 아파트의 16층 이상 층'에만 설치를 요구했다. 15층짜리 이 아파트는 애초에 대상이 아니었고, 이후 기준이 강화됐어도 이미 지어진 건물에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 옛 기준에 맞춰 지어진 노후 임대주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사각지대에 취약계층이 몰려 산다는 점이다. 영구임대아파트는 기초수급 가구가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소급 미적용이라는 원칙이 결과적으로 가장 대피가 어려운 사람들을 오래된 건물에 남겨 두는 셈이 된다.
또 하나의 공백은 돌봄이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어머니 곁을 지킨 것은 아들이었다. 이 가구가 어떤 복지 서비스를 받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거동이 힘든 가족을 가족 한 사람이 전담하는 구조에서는, 화재 같은 순간에 두 사람이 함께 위험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혼자 대피할 수 없는 사람과, 그를 두고 먼저 나갈 수 없는 사람. 이 조합에서는 대피 자체가 처음부터 어려운 선택이 된다. 안전 설비의 공백과 돌봄의 공백이 만나면 위험은 단순히 더해지는 게 아니라 겹친다.
같은 처지의 가구가 지금 확인해볼 수 있는 제도는 크게 둘이다. 다만 두 제도 모두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고,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 '신청주의'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주택용 소방시설 무료 보급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한부모가정, 장애인 등 화재안전 취약계층에게는 단독경보형감지기와 분말소화기를 무료로 지원한다. 신청은 관할 구청에서 받는다. 서울시는 2026년 4월부터 12월까지 취약계층과 노후주택을 대상으로 주택 화재안전 종합대책을 진행 중이다.
둘째,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다. 만 6세 이상 65세 미만의 등록 장애인이면 소득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다. 접수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읍·면·동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하며, 신청하면 공단 직원이 방문해 신체·정신 기능과 생활 환경을 종합조사한 뒤 신변처리, 가사, 이동 보조, 방문간호 등을 지원한다.
돌봄을 한 사람이 전담하고 있다면, 활동지원 신청으로 그 부담을 나눌 수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화재경보기 하나, 활동지원 몇 시간이 대피의 성패를 가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