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은 발열·피로·식욕 저하처럼 흔한 증상으로 시작해 감기나 성장통으로 오인되기 쉽다. 판단의 열쇠는 증상 하나하나가 아니라 2~3주 이상 이어지거나 반복되는 '지속성'에 있다. 소아암을 잡아내는 정기 선별검사는 따로 없으므로, 영유아 건강검진과 부모의 관찰이 조기 발견의 실질적인 통로가 된다.

소아암이 어렵게 발견되는 이유는 증상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너무 흔해서다. 발열, 피로, 식욕 저하, 통증처럼 감기나 장염, 성장통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방탄소년단 지민의 기부를 계기로 소아암 환아 후원금이 1억원을 넘어서며 관심이 모였지만, 정작 부모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첫 신호는 이렇게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증상의 종류보다 '지속성'과 '반복성'이다. 감기처럼 보였는데 2~3주 넘게 낫지 않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열과 고열이 계속되는 경우가 대표적인 주의 신호다. 안색이 유난히 창백하고 쉽게 지치는 것은 빈혈의 신호일 수 있고, 코피나 멍, 좁쌀 같은 출혈반이 반복적으로 생긴다면 혈소판 감소를 의심할 수 있다. 이는 소아 백혈병에서 흔히 관찰되는 양상이다.
덩어리로 만져지는 신호도 있다. 신경모세포종은 3세 전후에 잘 생기는 뱃속 고형암으로, 배가 점점 불러오거나 양쪽 갈비뼈 아래에 딱딱하고 동그란 덩어리가 만져지면 진찰이 필요하다. 목욕이나 옷을 갈아입힐 때 부모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Rene Terp
하나의 증상만으로 소아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발열과 멍은 흔한 감염이나 부딪힘 때문이다. 다만 다음에 해당하면 소아과 진료를 미루지 않는 편이 좋다.
이런 신호가 곧 암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혈액 검사나 영상 검사로 원인을 확인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소아암은 진단 시점에 따라 예후가 크게 갈리는 병이기 때문이다.
조기 발견을 위해 어떤 검진을 몇 개월마다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 부모가 많다. 솔직한 답은, 성인 암처럼 소아암을 걸러내는 정기 선별검사는 없다는 것이다. 소아암은 발생 자체가 드물고 심부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아, 증상이 없는 아이를 일괄 검사해 찾아내는 방식이 자리 잡기 어렵다.
대신 현실적인 안전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 영유아 건강검진이다. 생후 14일부터 71개월까지 일반검진 8회에 구강검진을 더해 정해진 시기마다 성장과 발달, 진찰을 받게 되는데, 이 자리에서 성장 이상이나 이상 소견이 걸러지는 경우가 있다. 검진 시기를 놓치지 않고 챙기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정기적으로 전문가에게 보이는 통로가 된다.
다른 하나는 부모의 관찰이다. 매일 아이를 보는 사람만이 알아챌 수 있는 변화가 있다. 평소보다 지치는지, 식욕이 줄었는지, 없던 멍이나 덩어리가 생겼는지를 기억해두고, 앞서 말한 지속성 기준에 걸리면 검진 시기와 무관하게 병원을 찾으면 된다.
다행히 소아암은 완치 가능성이 낮은 병이 아니다. 소아 백혈병의 70~80%를 차지하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항암치료 반응이 좋아 5년 생존율이 90%에 이른다. 조기에 발견해 제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그 확률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