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오넬라증은 오염된 물의 에어로졸을 들이마셔 감염되며, 폐렴형은 잠복기가 2~10일로 길고 40도 고열과 마른기침이 특징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독감과 겹쳐 방문 이력이 진단의 결정적 단서가 된다. 고위험군이라면 목욕탕·온천 방문 뒤 고열이 시작될 때 일찍 진료받아야 한다.
목욕탕이나 찜질방, 온천을 다녀온 뒤 며칠 지나 열과 기침이 생겼다면 대부분은 감기나 냉방병이다. 다만 한 가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편이 좋다. 레지오넬라증이다.
레지오넬라균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지 않는다. 질병관리청 설명에 따르면 냉각탑수, 목욕탕과 온천의 온수 시설, 장식용 분수처럼 따뜻하게 고인 물에서 자란 균이 에어로졸, 즉 미세한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고 이를 들이마실 때 감염된다. 물기가 많고 따뜻한 시설을 다녀온 뒤 증상이 생겼다면 방문 이력이 진단의 단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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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넬라증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폐렴으로 진행하는 레지오넬라 폐렴과, 폐렴 없이 지나가는 폰티악열이다.
레지오넬라 폐렴의 잠복기는 2일에서 10일, 평균 7일이다. 노출 당일 바로 앓는 것이 아니라 며칠 뒤 증상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감기가 보통 노출 1~3일 안에 나타나는 것과 비교하면, 목욕탕을 다녀오고 4~5일 지나 갑자기 고열이 오르는 경우는 한 번 의심해볼 만하다. 폰티악열은 잠복기가 24~48시간으로 짧고 2~5일이면 자연히 낫는다.
증상만 보면 초기에는 감기, 독감과 구분이 쉽지 않다. 처음에는 밥맛이 없고 온몸이 쑤시며 머리가 아픈, 흔한 몸살 양상으로 시작한다.
갈라지는 지점은 그다음이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오한과 함께 39도에서 40도에 이르는 고열이 오르고, 가래가 거의 없는 마른기침이 특징이다. 콧물과 재채기가 두드러지는 일반 감기와 달리 호흡기 증상보다 고열과 전신 증상이 앞선다. 여기에 설사, 구토, 복통 같은 소화기 증상이 함께 오거나, 흉통과 호흡곤란이 생기면 단순 감기로 넘기기 어렵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병원 진료를 미루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진료실에서 가장 중요한 한마디는 방문 이력이다. 레지오넬라 폐렴은 소변 항원검사와 호흡기 검체 배양으로 진단하는데, 의사가 이 검사를 떠올리려면 최근 목욕탕, 찜질방, 온천, 대형 건물 체류 같은 노출 가능성을 알아야 한다. 언제 어디를 다녀왔는지 먼저 말하면 진단이 빨라진다.
두 형태는 치료 방향이 다르다. 폰티악열은 항생제 없이도 2~5일 안에 대개 회복된다. 반면 레지오넬라 폐렴은 마크로라이드나 퀴놀론 계열 항생제로 대개 10~14일간 치료하며, 조기에 시작할수록 경과가 좋다. 일반 감기약이나 해열제만으로 버티다 진단이 늦어지는 것이 위험하다.
같은 균에 노출돼도 건강한 성인은 가볍게 앓거나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고위험군이다. 질병관리청은 당뇨와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 만성폐질환자, 흡연자, 암 환자, 면역저하자, 고령자를 고위험군으로 본다.
판단 기준은 단순하다. 위 조건에 하나라도 해당하는 사람이 목욕탕이나 온천을 다녀온 뒤 고열과 마른기침이 시작됐다면, 증상이 가볍더라도 일찍 진료받는 쪽이 낫다. 해당 사항이 없는 건강한 성인이라면 대개 경과를 지켜봐도 되지만, 고열이 사흘 넘게 이어지거나 숨이 차는 신호가 오면 그때는 미루지 않아야 한다. 아직 예방접종은 없으므로, 결국 이상 신호를 알아채고 제때 진료받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확실한 대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