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직접 겪지 않은 목격자나 유가족, 보도를 거듭 접한 주변인도 트라우마 반응을 겪을 수 있다. 대부분의 반응은 시간이 지나며 완화되지만, 한 달 넘게 이어지거나 일상이 무너지면 전문적 평가가 필요한 신호다.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 1577-0199, 자살예방 상담 109로 전화 한 통이면 지원을 시작할 수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4주기를 맞아 추모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와 유가족협의회 등은 10월 24일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열었다. 이런 보도를 접하며 마음이 가라앉는다면,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트라우마 반응은 사고를 직접 겪은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현장을 목격했거나 가족·친구를 잃은 사람은 물론, 당시 상황을 반복해서 지켜본 사람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일이나 관련 보도가 쏟아지는 시기에는 한동안 괜찮았던 사람도 증상이 다시 올라오곤 한다. 이를 기념일 반응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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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겪은 뒤 흔히 나타나는 반응이 있다. 그 장면이 자꾸 떠오르거나 악몽을 꾸고, 관련된 장소나 뉴스를 피하게 되며, 사소한 자극에도 깜짝 놀라고 잠을 설친다. 감정이 무뎌지거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두통이나 가슴 답답함, 식욕 변화처럼 몸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응의 모양과 세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건 직후 바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몇 주 혹은 그보다 뒤에 뒤늦게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니 "그때는 멀쩡했는데 왜 지금"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다.
이런 반응 자체는 비정상이 아니다. 의학 자료에 따르면 별도 치료 없이도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며 회복된다. 다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일부는 증상이 오래 남거나 더 나빠지기 때문에, 자연히 낫기만을 기다리는 게 늘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편이 낫다.
그리고 자해나 자살 생각이 든다면 이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문제가 아니다. 곧바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신호다.
국가와 지자체는 재난 피해자와 그 주변인을 위한 심리지원 창구를 운영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재난 피해자에게 심리지원과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사는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도 상담과 병원 연계를 받을 수 있고, 지역별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도 있다. 상담 내용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보호된다.
처음 연락한다고 곧장 진단이나 치료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지금의 상태를 듣고, 어떤 반응이 자연스러운지 설명해 주고, 필요하면 적절한 기관으로 연결해 주는 정도부터 시작한다. 부담이 크다면 이 점을 먼저 알아 두면 전화를 걸기가 조금 쉬워진다.
전화로 시작하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 1577-0199는 365일 24시간 연결된다. 자살예방 상담이 필요하면 2024년부터 통합된 세 자리 번호 109로 걸면 된다. 당장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면 119나 112가 먼저다.
도움을 청하는 일은 약함이 아니라 회복의 출발에 가깝다. 지금 나 또는 곁의 누군가가 힘들다면, 전화 한 통이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