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을 식이로 관리하는 핵심은 나트륨을 줄이고 칼륨을 늘려 둘의 균형을 바꾸는 것이다. 한국인은 WHO 권고의 1.5배가 넘는 나트륨을 국·찌개·면·김치로 먹고 있어 줄일 여지가 크지만, 신장 기능이 나쁘면 칼륨을 함부로 늘려선 안 된다. 생활습관을 바꿔도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이어지면 음식 조절에만 기대지 말고 병원 상담을 받아야 한다.
혈압이 높다는 말을 들었다면 가장 먼저 손댈 수 있는 건 소금이다. 나트륨을 많이 먹으면 몸이 수분을 붙잡아 혈액량이 늘고, 그만큼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진다.
반대편에 칼륨이 있다. 칼륨은 몸속 나트륨을 소변으로 내보내고 혈관을 이완시킨다. 식이로 혈압을 관리한다는 건 결국 나트륨을 줄이고 칼륨을 늘려 둘의 균형을 바꾸는 일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만든 DASH 식단도 이 원리를 그대로 따른다.
문제는 한국인의 식탁이 나트륨 쪽으로 크게 기울어 있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2023년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136mg으로, WHO 권고 기준인 2,000mg(소금 약 5g)을 훌쩍 넘는다. 바꿔 말하면 줄일 여지가 그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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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은 특정 반찬 하나가 아니라 매일 먹는 음식 전반에 퍼져 있다. 질병관리청은 하루 나트륨 섭취량의 절반이 넘는 약 54%가 면·만두류, 김치류, 국·탕류, 볶음류, 찌개·전골류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핵심은 국물이다. 건더기보다 국물에 나트륨이 몰려 있어, 국이나 찌개를 먹더라도 국물을 남기는 것만으로 섭취량을 꽤 줄일 수 있다. 라면 국물을 다 마시지 않고, 김치는 양을 조절하며, 젓갈·장아찌 같은 절임류는 빈도를 낮추는 식이다.
가공식품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나트륨 창고다. 햄, 소시지, 어묵, 인스턴트 수프에는 짠맛이 세지 않아도 나트륨이 많다. 포장 뒷면 영양성분표에서 나트륨 함량을 확인하는 습관이 국을 싱겁게 끓이는 것만큼 효과가 있다.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건 칼륨이 풍부한 음식을 늘리는 것이다. 바나나, 오렌지 같은 과일과 시금치, 토마토, 감자, 고구마, 콩류가 대표적이다. DASH 식단이 채소·과일·통곡물·저지방 유제품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칼륨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콩팥이 칼륨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혈중 칼륨이 쌓여 고칼륨혈증이 생기고, 심하면 부정맥으로 이어진다. 만성콩팥병 진단을 받았거나 신장 수치가 나쁘다는 말을 들었다면, 칼륨을 늘리기 전에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 채소를 얇게 썰어 물에 2시간 이상 담그거나 데치면 칼륨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
식습관 교정은 혈압 관리의 출발점이지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진료실에서 잰 혈압이 수축기 140mmHg 또는 이완기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130~139/80~89mmHg는 고혈압 전단계로, 생활습관 관리가 특히 중요한 구간이다.
판단 기준은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아직 전단계이고 다른 위험 요인이 없다면 저염식과 체중·운동 관리로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 여러 번 재도 140/90mmHg를 넘는 상태가 이어지거나 두통·어지럼 같은 증상이 있다면, 음식 조절만 붙잡고 있을 때가 아니다. 병원에서 정확히 진단받고 약물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받는 편이 현실적이다.
혈압은 짠 국물 한 그릇으로 하루아침에 오르지 않듯, 한 끼 싱겁게 먹는다고 바로 떨어지지도 않는다. 매일의 선택이 쌓여 방향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