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가양동 영구임대아파트 화재로 거동이 불편한 모자가 숨지면서, 스프링클러 없는 노후아파트의 대피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으면 계단 대피 자체가 어려워, 대피로 개수와 경보장치, 화재 시 판단 순서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골든타임을 좌우한다. 우리 집 피난 설비를 확인하고 단독경보형감지기 무상 보급 대상인지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2026년 8월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영구임대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났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60대 어머니와 이를 돌보던 30대 아들이 숨졌고, 두 사람은 불을 피하는 과정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아파트는 1992년 준공됐고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는 집에서 화재 대피는 '어떻게 빨리 내려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계단으로 내려가는 선택지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피할지, 집 안에서 버티며 구조를 기다릴지를 불이 나기 전에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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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말고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몇 개인지 확인하는 것이 시작이다. 노후아파트라도 세대마다 피난 설비가 다르다.
베란다 벽 한쪽이 두께 9mm가량의 석고보드로 된 경량칸막이일 수 있다. 발로 차거나 두드리면 부서져 옆 세대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인데, 그 앞에 붙박이장이나 세탁기를 두면 무용지물이 된다. 일부 세대에는 방화문으로 구획된 대피공간이 있어 문을 닫고 구조를 기다릴 수 있고, 창가에는 완강기가 설치돼 있기도 하다.
문제는 거동이 불편하면 경량칸막이를 부수거나 완강기를 타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족 중 누가 그 일을 맡을지, 대피공간이 있다면 그곳까지 몇 걸음인지를 미리 정리해두는 편이 낫다. 피난 설비의 위치와 사용법은 관리사무소에 물으면 알려준다.
가양동 아파트처럼 스프링클러가 없는 집은 드물지 않다. 서울 아파트의 46.1%가 스프링클러 미설치이고, 강서구는 321개 단지 중 226개(70.4%)에 아예 없다. 스프링클러 의무는 1992년 16층 이상,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확대됐지만 그 전에 지어진 아파트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당장 스프링클러를 넣을 수 없다면 초기 감지가 유일한 시간 확보 수단이다. 소방청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 화재안전 취약세대 285만 가구에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세대당 최대 3대까지 무상 보급한다. 대상은 2004년 12월 31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고 스프링클러와 연기감지기가 없는 세대 중 만 13세 미만 아동,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이 사는 가구다. 관리사무소나 관할 소방서 누리집으로 신청하면 되고, 직접 설치가 어려우면 소방관이 방문해 달아준다. 전액 무상이므로 설치비를 요구하면 119에 신고하면 된다.
소방청 지침에서 가장 헷갈리는 지점은, 자기 집 화재와 다른 집 화재의 대응이 반대라는 것이다.
우리 집에서 불이 났고 현관으로 나갈 수 있으면, 낮은 자세로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되 반드시 현관문을 닫고 나온다.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는다. 나갈 수 없으면 대피공간이나 경량칸막이 쪽으로 이동하고, 그마저 없으면 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틈을 막은 뒤 구조를 기다린다.
반대로 다른 세대나 복도에서 불이 났고 우리 집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무작정 나가지 말고 집 안에서 대기하는 편이 안전하다. 창문을 닫아 연기를 막는다. 계단과 복도는 굴뚝처럼 연기가 빠르게 차오르는 통로라, 잘못 나섰다가 오히려 위험해질 수 있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으면 이 '재실 대기'가 더 현실적인 선택일 때가 많다.
혼자 판단하기 어렵다면 관리 주체에 아래 항목을 확인하고 요청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런 확인은 한 번 해두면 오래 유효하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조건은 당장 바꾸기 어렵지만, 대피로를 파악하고 감지기를 다는 일은 지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