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1992년 준공 영구임대 아파트에서 불이 나 뇌병변 장애가 있는 60대 모친과 그를 돌보던 30대 아들이 숨졌고,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6층 이상 전 층 스프링클러 의무는 2018년에야 시행됐고 기존 건물에는 소급되지 않아, 오래전 지어진 아파트 상당수가 스프링클러도 감지기 의무도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과 사는 집이라면 관리사무소에 설비를 확인하고, 지자체와 소방청이 취약가구에 무상으로 보급하는 감지기·소화기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2026년 8월 11일 오후 4시 55분경,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 15층에서 불이 났다. 이 집에 살던 60대 여성과 30대 아들이 함께 숨졌다. 어머니는 중증 뇌병변 장애가 있었고, 아들은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돌봐 온 것으로 여러 매체가 전했다. 기초생활수급 가정이었다. 두 사람은 불을 피하려다 아파트 화단으로 떨어진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아파트는 1992년에 지어졌다. 그리고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스스로 몸을 피하기 어려운 사람이 사는 집에서, 불이 번지는 속도를 늦춰 줄 장치가 없었다는 뜻이다.

El Jundi
아파트 스프링클러 의무는 한 번에 정해진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넓어져 왔다. 처음에는 높은 층만 대상이었고, 시간이 지나며 기준이 낮아졌다.
| 시점 | 의무 대상 |
|---|---|
| 1992년 | 16층 이상 아파트의 해당 층 |
| 2005년 | 11층 이상 아파트 |
| 2018년 | 6층 이상 아파트 전 층 |
지금 기준으로 보면 6층 이상이면 사실상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새로 짓는 건물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강화된 규정은 이미 지어진 건물에 소급되지 않는다. 1992년에 준공된 가양동 아파트가 스프링클러 없이 남아 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을 어긴 게 아니라, 지을 당시 기준에는 설치 의무가 없었던 것이다.
스프링클러가 없다면 최소한 화재 감지기라도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여기에도 빈틈이 있다.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갖추도록 한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는 단독주택·다가구·연립·다세대 같은 일반주택에만 적용된다. 아파트와 기숙사는 이 의무 대상에서 빠져 있다. 아파트는 별도의 소방 기준으로 관리한다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오래된 아파트는 스프링클러 소급도 안 되고 감지기 설치 의무도 걸리지 않는 이중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서울시 집계로 스프링클러가 없는 가구는 약 303만 6천 가구, 전체의 80.9%에 이른다.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는 집에서 이 공백은 더 위험하다. 스스로 대피가 어려운 사람에게는 불이 커진 뒤의 피난보다, 불이 나자마자 알아채고 초기에 잡는 쪽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도의 소급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집에서 점검할 수 있는 것부터 챙기는 편이 현실적이다.
먼저 관리사무소에 우리 동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지, 복도·계단의 화재 감지 설비가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오래된 임대아파트일수록 없을 가능성이 크다.
없다면 지원 사업을 활용한다. 소방청과 지자체는 노후 아파트의 취약세대를 대상으로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무상으로 보급해 왔고, 서울시는 올해 8만 8천여 가구에 소화기와 감지기, 주방 자동소화장치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장애인·고령 가구라면 우선 대상이 될 수 있으니, 관할 소방서나 주민센터에 문의해 신청 여부를 확인해 두는 게 좋다.
방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달고, 현관 가까이 소화기를 두는 것만으로도 초기 대응 시간이 달라진다. 전동휠체어를 쓰거나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가족이 있다면, 잠자는 공간에서 현관까지의 동선을 미리 비워 두고 야간 화재 시 누가 먼저 어떻게 움직일지 가족끼리 정해 두는 것도 필요하다. 설비의 공백을 개인이 다 메울 수는 없지만, 초기 몇 분을 벌어 줄 준비는 지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