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나 대학병원이 없는 지역은 가벼운 진료는 동네에서 되지만 중증·응급 환자는 다른 권역의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구조다. 이 전원 과정에서 이동 거리와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 지역 의료공백의 핵심이다.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이 어느 등급인지, 중증일 때 어디로 이송되는지를 미리 확인해두는 게 현실적인 대비다.

의대나 대학병원이 없다고 해서 감기 진료까지 못 받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위 단계다. 암 수술, 심근경색, 뇌출혈, 중증 외상처럼 전문 인력과 장비가 갖춰진 병원이 필요한 순간, 지역 안에서 해결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대학병원은 대개 의대와 붙어 있다. 전공의 수련과 교수 인력이 여기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대가 없는 지역은 상급종합병원급 진료 역량을 자체적으로 갖추기 어렵고, 중증 환자는 다른 권역의 큰 병원으로 향하게 된다.
기초 진료 쪽도 여유롭지는 않다. 보건복지부는 관내와 인접 읍·면에 민간 의료기관이 없는 의료취약지로 2026년 3월 전국 547개 읍·면을 지정했다. 의료취약지는 동네에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없고, 가까운 의료기관까지 거리도 4km 이상 떨어진 곳을 말한다.
이런 지역을 메우는 공중보건의도 줄고 있다. 정부는 2026년 취약지 보건지소 139곳에 공보의를 우선 배치하고, 200곳은 보건소 공보의가 순회진료로 돌기로 했다. 우선순위를 정해 배치한다는 건, 그만큼 인력이 넉넉하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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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는 병원 등급이 나뉘어 있다. 가장 위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있고, 그 아래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이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상급종합병원이나 큰 종합병원 중에서 지정되며, 권역 안 다른 병원에서 이송돼 온 중증 응급환자를 받는 게 핵심 역할이다.
의대·대학병원이 있는 도시라면 권역센터가 지역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없는 지역이라면 순서가 하나 더 생긴다. 가까운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일단 상태를 확인한 뒤, 처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다른 권역의 큰 병원으로 옮기는 전원 단계를 거친다.
같은 병이라도 이 한 단계가 시간을 가른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처치가 늦어질수록 결과가 나빠지는데, 전원 과정에서 이동 거리와 병상·수술방을 잡는 시간이 더해진다. 지역 의료공백을 이야기할 때 '병원이 아예 없다'가 아니라 '큰 병원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린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 이유다.
응급 상황은 그때 검색할 여유가 없다. 평소에 몇 가지만 확인해두면 판단이 빨라진다.
이송체계는 조금씩 나아지는 중이다. 정부는 응급 닥터헬기를 2030년까지 전 권역에 두는 방향으로 늘리고, 환자 중증도에 맞춰 병원을 배정하는 이송체계를 광주·전북·전남 시범사업을 거쳐 전국으로 넓히기로 했다. 다만 이런 체계가 자리 잡기 전까지는, 내가 사는 지역의 응급 경로를 스스로 알아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