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은 수술실에서 쓰는 강력한 전신마취제이자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된 향정신성의약품입니다. 짧은 도취감과 강한 심리적 의존 탓에 반복 투약으로 이어지기 쉽고, 과량 투여 시 호흡이 멈춰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약물을 직접 다루는 의료진도 예외가 아니며, 최근 셀프 투약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습니다.
프로포폴은 수술실과 시술실에서 널리 쓰이는 정맥투여용 전신마취제입니다. 우윳빛을 띠어 '우유주사'라는 은어로도 불리며, 주사 후 30초 안팎이면 의식이 사라질 만큼 빠르게 작용합니다. 문제는 마취에서 깰 때 느껴지는 도취감입니다. 다른 마취제와 달리 회복이 깔끔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데, 바로 이 점이 오남용을 부릅니다. 우리나라는 오남용이 누적되자 2011년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Photo by Marcelo Leal on Unsplash
프로포폴을 맞으면 뇌의 보상회로 핵심 부위인 측좌핵에서 도파민이 크게 늘어납니다. 강한 쾌감과 도취감이 생기고, 이 느낌을 잊지 못해 다시 찾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의 특징으로 신체적 금단 증상은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심리적 의존이 매우 강하다는 점을 꼽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나 불면 해소를 이유로 시작했다가, 스스로는 끊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드는 것이죠. 반복하면 내성이 생겨 투약 요구량도 점점 늘어납니다.
Photo by Anastasiia Nelen on Unsplash
프로포폴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호흡 억제입니다. 코메디닷컴 등 의료 매체 설명에 따르면, 마취 효과를 내는 용량과 호흡 억제·혈압 저하가 나타나는 용량 사이의 간격이 좁습니다. 조금만 과해도 숨이 느려지거나 멈추고, 산소 공급이 끊기면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곁에서 기도를 확보하고 산소를 넣어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혼자 투약하면 짧은 시간 안에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주사기를 손에 쥔 채 숨진 사례들이 반복해 보고됩니다.
Photo by Jair Lázaro on Unsplash
프로포폴을 직접 다루는 의사·간호 인력은 약물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오히려 중독 위험이 높습니다. 의료진조차 수면마취제의 중독성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사건도 잇따릅니다. 2026년 8월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 대표원장이 자기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셀프 투약하고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같은 해 초에는 병원에서 프로포폴을 빼돌려 투약하던 간호조무사가 주사기를 쥔 채 숨진 일도 있었습니다.
중독 초기에는 겉으로 티가 잘 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맞아도 다음 날 일상에 큰 문제가 없어 발견이 늦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음과 같은 신호는 주의해야 합니다. 의료 목적을 넘어 수면마취나 시술 횟수가 부쩍 늘고, 여러 병원을 돌며 반복 투약하는 이른바 '의료 쇼핑'을 하는 경우입니다. 팔이나 정맥에 반복된 주삿바늘 자국이 보이거나, 불면·불안을 호소하며 '수면'을 이유로 주사를 찾는 패턴도 위험 신호입니다. 본인에게는 끊으려 해도 다시 손이 가는 갈망, 심한 초조·불안, 감정 기복이 초기 경고가 됩니다.
정부는 2018년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을 도입해 프로포폴 취급 내역을 추적하고, 오남용이 의심되는 병·의원과 반복 투약자를 점검·수사의뢰하고 있습니다. 2025년 2월부터는 의사가 자신에게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처방·투약하는 '셀프 처방'이 법으로 금지됐습니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개인의 의존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프로포폴은 '가벼운 수면제'가 아니라 관리가 필요한 마약류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