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은 실제 낸 치료비를 메우고 종합보험은 진단·수술 시 약정한 목돈을 정액으로 지급해, 보상 방식이 달라 대부분 겹치지 않는다. 실손은 여러 개 들어도 하나만 값을 하지만 진단비 같은 정액담보는 중복 가입이 그대로 인정돼, 종합보험 추가가 실손과 겹쳐 손해 보는 구조는 아니다. 가입 전에는 기존 실손 세대, 종합보험에 끼워진 실손 특약 중복 여부, 실제 필요한 정액담보, 갱신 조건을 확인하면 된다.
실손보험이 있으면 종합보험은 필요 없다는 말과, 둘 다 있어야 한다는 말이 같이 돈다. 둘 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두 보험은 돈을 주는 방식이 아예 달라서 대부분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병원에 실제로 낸 치료비를 메워주는 상품이다. 쓴 만큼 돌려주되 자기부담금은 뺀다. 2021년 7월 이후 판매된 4세대 실손은 급여 항목의 20%, 비급여 항목의 30%를 본인이 부담한다.
종합보험은 반대다. 암·뇌·심장 진단이나 수술 같은 사고가 생기면 실제로 얼마를 썼든 계약할 때 정한 금액을 그대로 지급한다. 진단비, 수술비, 입원일당, 사망보험금이 여기 속한다. 치료비를 메우는 보험과 사고가 나면 목돈을 주는 보험, 성격이 이렇게 갈린다.
Photo by Aaron Lefler on Unsplash
중복 가입이 손해인지 아닌지는 담보 성격으로 갈린다. 실손처럼 실제 지출을 보상하는 담보는 여러 개 들어도 쓴 돈을 넘겨 받을 수 없다. 보험사끼리 나눠 분담할 뿐이다. 그래서 실손은 회사가 몇 곳이든 하나만 유효하고, 두 개는 보험료만 이중으로 나가는 낭비다.
반면 진단비 같은 정액담보는 중복이 그대로 인정된다. 암진단비 3,000만 원짜리를 두 회사에 들어두면 진단 시 6,000만 원을 받는다. 종합보험을 새로 얹는 것이 기존 실손과 겹쳐 손해 보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주의할 함정은 하나다. 종합보험 상품 안에 실손의료비 특약이 끼워져 팔리는 경우가 있다. 이건 이미 든 실손과 정확히 중복된다. 실손은 하나만 값을 하므로, 종합보험에 붙은 실손 특약은 빼고 가입하는 편이 맞다.
실손이 아무리 좋아도 메우지 못하는 구멍이 있다. 실손은 병원 영수증에 찍힌 돈만 돌려준다. 입원해서 일하지 못한 기간의 생활비, 간병에 드는 비용, 진단 이후 몇 달간 끊기는 소득은 실손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공백을 정액 진단비가 맡는다. 암 진단을 받았다면 병원비는 실손이 처리하고, 요양하는 동안의 생활비와 간병비는 진단비 목돈으로 감당하는 식이다.
여기서 판단 기준이 생긴다. 6개월 안팎의 소득 공백을 비상자금으로 버틸 수 있다면 진단비 비중을 낮게 잡아도 무리가 없다. 외벌이 가정이나 자영업자처럼 본인이 아프면 소득이 바로 끊기는 경우라면 정액 진단비의 필요성이 훨씬 크다. 실손이 있으니 안심이라는 감각과, 목돈 공백을 견딜 여력은 별개의 문제다.
먼저 지금 든 실손이 몇 세대인지 확인한다. 1~2세대 실손은 자기부담이 적어 유지 가치가 크고, 4세대는 비급여를 많이 쓰면 이듬해 보험료가 오른다. 세대에 따라 새로 채워야 할 공백의 크기가 달라진다.
둘째, 검토 중인 종합보험에 실손 특약이 붙어 있는지 본다. 붙어 있으면 빼서 중복을 없앤다. 셋째, 진단비 위주로 실제 필요한 정액담보만 남기고 쓰지 않을 특약은 덜어낸다. 넷째, 갱신형인지 비갱신형인지, 만기와 보험료 인상 구조가 어떤지 확인한다. 갱신형은 초기 보험료가 싸 보여도 나이가 들수록 오른다.
정리하면 실손은 하나로 유지하고, 종합보험은 실손이 못 메우는 목돈 공백만 골라 채우는 도구로 보면 된다. 겹치는 걸 걱정할 게 아니라, 내게 비어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먼저 따지는 순서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