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연구팀은 깊은 수면의 느린 뇌파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 0.05초짜리 핑크노이즈를 들려주자 뇌 노폐물을 씻는 뇌척수액이 평균 4.3% 늘었다고 9월 9일 발표했다. 효과는 정확한 타이밍의 짧은 자극에서만 나타났고 밤새 연속으로 트는 방식은 수면의 질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어, 시중 앱·스피커의 재생과는 원리가 다르다. 아직 웨어러블 기기가 필요한 초기 연구인 만큼 입면 보조용으로 쓰되 타이머를 걸고, 뇌 디톡스 같은 광고 문구는 이번 조건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수면 중 핑크노이즈를 들으면 뇌 속 노폐물이 빠진다는 이야기가 돈다. MIT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트랜슬레이셔널 메디신에 9월 9일 발표한 결과가 근거다. 다만 조건을 빼고 옮기면 오해가 된다. 효과가 확인된 건 '밤새 틀어놓기'가 아니라 '정확한 순간에 0.05초만 들려주기'였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14명에게 뇌파(EEG) 장치를 붙이고 MRI 안에서 낮잠을 재웠다. 깊은 비렘수면의 느린 뇌파(서파)가 정점에 이르는 순간에만 0.05초, 즉 50밀리초 길이의 핑크노이즈를 들려줬다. 그 결과 뇌실로 들어가는 뇌척수액 양이 평균 4.3% 늘었다. 뇌척수액은 자는 동안 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통로다.
참고로 핑크노이즈는 낮은 주파수가 강하고 높은 주파수는 약한 소리로, 일정하게 내리는 빗소리나 멀리서 들리는 폭포 소리와 비슷하다. 깊은 잠에 들면 뇌척수액이 파도처럼 드나들며 낮 동안 쌓인 대사 찌꺼기를 밀어내는데, 이번 연구는 그 흐름을 소리로 미세하게 키울 수 있음을 사람 대상 실험에서 보인 것이다.

Mindfield Biosystems Ltd.
핵심은 타이밍이다. 같은 소리라도 서파 정점이 아닌 다른 시점에 들려주면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연속으로 흘려보내는 방식으로는 그 정점을 맞출 수 없다.
오히려 밤새 소리를 틀면 손해일 수 있다. 여러 임상 연구에서 밤새 소음을 들려줬을 때 전체 수면 구조가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 귀마개를 썼을 때보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가 보고됐다. '오래, 계속' 튼다고 효과가 쌓이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시중 수면 앱이나 스피커로 트는 핑크노이즈는 대부분 일정하게 이어지는 연속 재생이다. MIT 연구가 쓴 방식은 실시간으로 뇌파를 읽어 정점 직후에만 짧게 자극을 주는 것이라 원리가 다르다. 연구팀도 이를 구현하려면 뇌파를 분석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필요하다고 봤고, 고령자·불면증 환자용 의료기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시판된 제품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연구는 초기 단계이기도 하다. 뇌척수액 흐름이 강화됐다는 것과 알츠하이머 예방·치료가 입증됐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불면증 환자에게서도 같은 효과가 나는지, 기억력·인지기능이 실제로 좋아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판단 기준은 무엇을 기대하느냐로 갈린다.
핑크노이즈가 뇌 청소를 돕는다는 발견은 흥미롭지만, 지금 스마트폰으로 밤새 틀어두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잠들기 편하다면 계속 써도 좋다. 다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엔 근거가 아직 '정확한 0.05초'에 묶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