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위고비·오젬픽 등 GLP-1 약을 맞은 뒤 한쪽 눈 시력을 잃었다는 소송이 4,000건 넘게 병합돼 진행 중이다. 다만 약과 시신경병증(NAION)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제조사는 소송이 근거 없다고 반박한다. 투약 중이라면 통증 없이 한쪽 눈 시야가 가려지는 증상이 있을 때 지체 없이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핵심이다.
위고비나 오젬픽을 맞고 있다면, 최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환자들이 이 약을 쓴 뒤 한쪽 눈 시력을 잃었다며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약과 시력 손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법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확정된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된 질환은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줄여서 NAION이다.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갑자기 줄면서 시력을 잃는 병으로, 한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송은 노보노디스크(오젬픽·위고비)와 일라이릴리를 겨냥한다. 미국 사법패널은 2025년 12월 15일 흩어져 있던 GLP-1 시력 상실 소송을 펜실베이니아 동부지방법원의 병합소송(MDL)으로 묶었다. 2026년 9월 기준 관련 소송은 약 4,000건을 넘어섰다. 제2형 당뇨 치료로 오젬픽을 맞은 지 두 달 만에 오른쪽 눈 시력을 잃었다는 50대 환자 사례처럼, 원고들은 제조사가 위험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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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이 많다는 것과 약이 실명을 일으킨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 지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근거가 된 대표 연구는 2025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실린 것으로, 오젬픽 복용자가 다른 당뇨약 사용자보다 NAION으로 인한 시력 상실을 겪을 가능성이 약 1.8배 높았다는 내용이다. 위험이 "1.8배"라고 하면 커 보이지만, NAION 자체가 워낙 드문 병이라는 점을 같이 봐야 한다. 유럽의약품청(EMA)은 2025년 6월 세마글루티드 사용자 최대 1만 명당 1명 수준에서 나타날 수 있는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판단하고 제품 정보에 경고를 추가하도록 권고했다. 같은 달 세계보건기구(WHO)도 의료진에게 이 위험을 알렸다.
제조사의 입장은 다르다. 노보노디스크는 자사가 진행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NAION 관련 안전 신호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소송이 "근거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말부터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라벨에 경고 문구를 넣지는 않았다. 즉 규제당국 사이에서도 판단이 갈린다.
투약 중인 사람에게 실제로 필요한 건 소송 건수보다 이 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다.
NAION의 전형적인 특징은 통증이 없다는 것이다. 눈이 아프거나 충혈되는 신호 없이, 대개 한쪽 눈에서 시야의 위쪽이나 아래쪽 절반이 가려지거나 흐려지는 식으로 온다. 자고 일어났더니 한쪽 눈 시야가 이상하더라는 식으로 발견하는 경우가 흔하다.
원래 40세 이상, 고혈압·고지혈증·당뇨·흡연 같은 혈관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에게 잘 생긴다. 비만치료제나 당뇨약을 쓰는 사람 상당수가 이런 조건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인과관계를 따질 때 오히려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지금 GLP-1 약을 맞고 있다면, 다음 신호가 나타날 때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곧바로 안과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NAION은 손상이 굳어지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시간을 끌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지금 아무 증상이 없다면 임의로 약을 끊기보다 다음 진료 때 처방 의사와 시력 관련 위험을 상의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를 함께 앓고 있다면 이 대화를 미루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