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의 90% 이상은 단일 원인이 없는 본태성으로, 나이는 나트륨·비만·음주·가족력과 겹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다. 뒷목이 뻣뻣하거나 마른 사람은 괜찮다는 통념과 달리 고혈압은 대개 증상 없이 혈관과 장기를 손상시킨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오르거나 약이 안 들면 이차성 원인을 의심하고, 혈액·소변·심전도 등 기본 검사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압이 오르는 걸 나이 탓으로만 돌리면 정작 손볼 수 있는 부분을 놓친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한 가지 원인으로 딱 떨어지지 않는 '본태성'으로 분류된다. 유전적 소인 위에 짠 음식, 비만, 음주, 나이가 겹치며 혈압이 서서히 올라간 결과다. 나이는 그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이고, 나머지 상당수는 바꿀 수 있는 것들이다.
특히 부모가 고혈압이면 본인 위험도 뚜렷이 높아진다. 가족력이 있다면 나이가 어리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아래 요인들을 함께 점검하는 편이 낫다.

Vitaly Gariev
서울대 국민건강지식센터가 정리한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은 비교적 분명하다. 흡연, 과체중과 비만, 운동 부족,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그리고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이다.
이 중 나트륨은 기전이 뚜렷하다. 짜게 먹으면 몸이 균형을 맞추려 수분을 붙잡아 혈류량이 늘고, 그만큼 혈관에 실리는 압력이 커진다. 음주와 흡연도 혈관에 직접 부담을 준다. 반대로 연령, 성별, 조기 심뇌혈관 질환 가족력은 바꿀 수 없는 고정 요인이다. 관리의 초점은 당연히 바꿀 수 있는 쪽에 둬야 한다.
가장 흔한 오해는 '증상으로 알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고혈압은 대개 아무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상당수 환자가 우연히, 혹은 합병증이 생긴 뒤에야 발견한다.
뒷목이 뻣뻣하면 혈압이 높은 거라는 말도 널리 퍼져 있지만, 그 증상은 근육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더 높다. 고혈압의 특이 증상이 아니다. 스트레스 자체도 오해가 많다. 스트레스는 그 순간 혈압을 일시적으로 올리지만, 만성 고혈압의 단독 원인은 아니다. '마른 사람은 괜찮다'는 것도 오해다. 체형과 무관하게 유전, 나트륨, 음주 같은 생활습관이 혈압을 올린다. 증상이 없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 그동안 혈관과 콩팥, 심장, 눈이 조용히 상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게 이 병의 진짜 위험이다.
대부분은 본태성이지만, 예외가 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갑자기 혈압이 오르거나, 약을 여러 개 써도 잘 잡히지 않는다면 다른 질환이 원인인 '이차성 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
신장(만성 콩팥병), 부신(알도스테론증, 갈색세포종, 쿠싱증후군), 갑상선 질환, 대동맥 협착, 수면무호흡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컨대 부신의 갈색세포종은 갑작스러운 뒤통수 두통과 두근거림, 식은땀, 이유 없는 체중 감소를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신호가 있다면 원인을 따로 찾는 검사가 필요하다.
고혈압이 확인되면 원인과 장기 손상 여부를 보기 위해 기본 검사를 한다. 항목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여기서 칼륨 수치 이상이나 콩팥 기능 저하가 보이면 부신이나 신장 쪽 이차성 원인을 더 파고든다. 필요하면 호르몬 검사나 콩팥·혈관 영상 검사가 추가된다. 가족력이 있거나 젊은 나이에 혈압이 높게 나왔다면, 단순히 약만 받기보다 이 기본 검사부터 챙겨 원인을 짚어두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