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1200개가 넘는 자폐 위험 유전자를 분석해, 뇌 변화가 시냅스 활동이 줄거나 느는 두 갈래로 모인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두 그룹이 약물에 다르게 반응해, 원인 유전자가 제각각이어도 유형별 맞춤 치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다만 생쥐 모델 결과이고 사람 대상 검증이 남아, 당장 진단·처방으로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자폐와 관련 있다고 알려진 위험 유전자는 1200개가 넘는다. 원인이 이렇게 흩어져 있으면 하나의 치료법을 찾기 어렵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공동 연구팀은 접근을 바꿨다. 유전자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변이가 뇌에서 만들어내는 결과를 봤다.
연구팀은 17종의 자폐 관련 유전자 변이를 가진 생쥐 1,008마리의 뇌를 분석했다. 그러자 서로 다른 유전자에서 출발한 변화가 두 갈래로 모였다. 한 그룹은 신경세포 사이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 활동이 줄었고, 다른 그룹은 반대로 늘었다. 원인은 제각각이어도 도착점은 두 가지였던 셈이다.

Pavel Danilyuk
주목받는 대목은 약물 반응이다. 연구팀이 항우울제 플루옥세틴과 기분안정제 리튬을 투여하자 두 그룹이 다르게 반응했다. 신호 전달이 줄어든 첫 번째 그룹은 비정상적으로 나타나던 유전자 발현이 일관되게 회복됐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유전자마다 반응이 달라 일정한 회복 패턴을 찾기 어려웠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같은 진단명이라도 어느 그룹에 속하느냐에 따라 잘 듣는 약이 갈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람 자폐 환자의 뇌에서도 비슷한 분자 패턴을 확인했다.
그동안 자폐 연구는 유전자가 너무 많아 공통점을 잡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수많은 원인을 두 개의 공통 패턴으로 정리하는 틀을 내놓았다. 원인별로 흩어져 있던 접근을 유형별 전략으로 바꿀 수 있는 출발점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고, 연구팀은 이런 규명이 세계 처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대와 현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결과는 주로 생쥐 모델에서 나온 것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검증은 아직 남아 있다. 지금 병원에서 자폐를 두 그룹으로 나눠 약을 처방하는 단계가 아니라는 뜻이다.
연구팀은 한계도 함께 짚었다. 같은 유전자 변이라도 성별과 나이, 뇌 부위에 따라 다른 그룹에 속할 수 있어, 고정된 유형이라기보다 변할 수 있는 뇌의 상태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 소식을 원인 규명의 진전으로 받아들이되, 당장 바뀌는 진단이나 처방으로 오해하지 않는 편이 맞다.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사람 대상 연구와 안전성 확인이라는 단계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