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로 생긴 멍인지 가르는 기준은 개수나 색이 아니라 아이의 나이와 상처가 난 위치이며, 특히 4세 미만의 귀·목·몸통 멍은 주의해야 한다. 사고로는 잘 생기지 않는 부위의 멍, 도구 모양이 찍힌 화상, 설명과 맞지 않는 상처는 학대를 의심할 신호다. 의심될 때는 개인이 확진하려 하기보다 24시간 운영되는 112로 신고해 전문기관의 조사에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지난 9월, 2019년 숨진 44개월 여아의 아버지가 서울경찰청에 수사심의를 신청했다. 아이 몸에는 전신 멍과 피하출혈이 있었고 혈액에서는 캡사이신이 검출됐지만, 경찰은 올해 4월 내사 단계에서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닫았다. 의료진이 학대를 의심했던 사안이라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이 남기는 실용적인 질문은 분명하다. 아이 몸에서 멍을 봤을 때, 넘어져 생긴 것과 맞아서 생긴 것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다. 핵심부터 말하면, 멍의 개수나 색이 아니라 아이의 나이와 멍이 난 위치가 판단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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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원래 잘 넘어진다. 그래서 무릎, 정강이, 이마, 팔꿈치처럼 뼈가 튀어나온 곳의 멍은 대부분 활동 중 생긴 사고다. 반대로 스스로 부딪히기 어려운 부위의 멍은 설명이 필요하다. 귀, 목, 뺨, 몸통, 엉덩이, 허벅지 안쪽, 생식기 주변이 그렇다.
미국에서 나온 임상 선별 기준인 'TEN-4'가 이 구분을 돕는다. 4세 미만 아동의 몸통(Torso)·귀(Ears)·목(Neck)에 멍이 있거나, 4개월 미만 영아에게 어떤 멍이라도 있으면 학대를 의심하라는 규칙이다. 연구에서 이 기준은 민감도 97%, 특이도 84%로 보고됐다. 특히 아직 기어다니거나 걷지 못하는 영아의 멍은 스스로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무겁게 봐야 한다.
멍은 여러 신호 중 하나일 뿐이다. 서울시아동복지센터는 사용된 도구 모양이 그대로 찍힌 상처를 대표적 위험 신호로 꼽는다. 담배 자국, 양말이나 장갑을 신긴 듯 경계가 뚜렷한 화상, 손바닥·발바닥·엉덩이의 도넛 모양 자국 등이다. 뜨거운 물에 담근 듯한 화상이나 끈으로 묶은 자국도 마찬가지다.
상처의 시간차도 단서다. 오래된 멍과 새 멍이 몸 여기저기 섞여 있으면 반복적 상해를 의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설명의 일관성이다. 상처의 모양이나 위치가 보호자의 설명과 맞지 않거나, 아이 말과 어른 말이 다르거나, 다칠 만한 상황이 아닌데 상처가 있다면 그 불일치 자체가 신호다.
확신이 서지 않아도 신고는 할 수 있다. 신고는 처벌을 단정하는 행위가 아니라 조사를 요청하는 절차다. 전화는 국번 없이 112, 24시간 받는다. 신고가 접수되면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경찰이 함께 현장에 나가 조사하고, 보호자가 문을 열지 않아도 강제로 들어갈 수 있으며,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아이를 응급 분리하는 조치까지 이어진다.
교사, 어린이집·유치원 종사자, 의료인,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등은 신고의무자다. 직무 중 학대를 알게 되거나 의심되면 즉시 신고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신고하지 않으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신고자의 신분은 법으로 보호되며,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금지된다.
무고한 신고가 될까 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다음 항목으로 정리하면 판단이 한결 쉬워진다.
여러 항목이 겹치면 개인이 확진하려 애쓰기보다 신고해 전문기관의 판단에 맡기는 편이 낫다. 반대로 전형적인 사고 부위의 멍 하나만으로 학대를 단정하는 것도 삼가야 한다. 진단은 의료진과 조사기관의 몫이고, 곁에 있는 사람의 역할은 의심 정황을 놓치지 않고 알리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