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8월 24일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비만신약 HM17321은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은 지키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GLP-1 계열 약이 지방과 함께 근육까지 빼는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아직 임상 초기 단계여서 사람에서의 근육 보존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고, 실제 처방까지는 몇 년이 더 필요하다.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나 마운자로 같은 GLP-1 계열 약은 식욕을 강하게 억제해 빠른 체중 감량을 이끈다. 문제는 체중이 급하게 빠질 때 지방만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량도 함께 감소한다.
먹는 양이 크게 줄면 몸은 지방과 근육을 같이 헐어 쓴다. 특히 운동 없이 약에만 의존하면 근육 손실 비중이 커지고, 이는 근감소증 위험으로 이어진다. 근육이 줄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약을 끊은 뒤 체중이 다시 늘기도 쉽다.
근육 손실은 나이가 있는 사람일수록 부담이 크다. 원래도 노화로 근육이 줄어드는 시기에 약으로 감량까지 겹치면 낙상이나 근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체중 숫자는 만족스러워도 몸의 구성이 나빠지는 셈이다.
이 문제는 업계도 심각하게 본다. 일라이 릴리가 체중 감량 중 근육을 지켜주는 약물을 개발하던 회사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Foodie Factor
한미약품이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HM17321은 기존 비만약과 계열이 다르다. GLP-1 같은 인크레틴 계열이 아니라 UCN2(유로코르틴-2) 유사체로, CRF2라는 수용체에 작용한다. 회사는 이 약을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을 동시에 노리는 후보물질로 설명한다.
동물 실험에서는 비만과 당뇨뿐 아니라 근감소 모델에서 근력이 늘어나는 결과가 보고됐다. 식욕을 눌러 살을 빼는 방식이 아니라, 근육을 유지하는 쪽으로 대사에 작용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개발사의 설명이다.
여기서 분명히 해둘 부분이 있다. 지금까지 나온 근육 보존 효과는 동물 실험과 초기 단계의 이야기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에서 같은 효과가 확인된 것은 아직 아니다.
동물에서 좋은 결과가 사람에서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 사례는 신약 개발에서 흔하다. 근육 보존이 사람에게서 어느 정도인지, 부작용은 없는지는 앞으로의 임상 데이터로 판단해야 한다. "근육을 지켜주는 약"이라는 표현은 목표이지 검증된 결과가 아니다. 기술수출 계약 규모가 크다는 사실도 상업적 기대를 보여줄 뿐, 약효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HM17321은 현재 임상 1상 단계다. 한미약품이 1상을 2027년 3월까지 마친 뒤, 이후 임상은 제넨텍이 이어받는다. 신약이 안전성과 효과를 차례로 입증하고 각국 허가를 받아 실제 처방되기까지는 통상 여러 해가 더 걸린다. 당장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약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 비만약을 쓰면서 근육 손실이 걱정된다면, 새 약을 기다리기보다 현재 관리가 더 현실적이다. 체중당 1.2~1.5g 수준의 단백질을 챙기고, 주 2~3회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지방은 빼고 근육은 지키는 검증된 방법이다. 약이 식욕을 눌러도 근육을 유지하는 몫은 여전히 식사와 운동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