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병리를 한꺼번에 악화시키는 단백질 ERBB4를 규명해 8월 27일 네이처에 발표했지만, 연구는 아직 동물실험 수준의 전임상 단계다. 전임상 표적이 실제 신약이 되기까지는 통상 10년 이상이 걸려, 지금 치매를 앓는 가족의 치료를 곧바로 바꾸지는 못한다. 당장 확인할 것은 진행 지연 치료제 레카네맙의 적용 조건처럼 지금 쓸 수 있는 선택지다.

8월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국내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새로운 표적을 찾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과 KAIST 생명과학과 정원석 부연구단장 연구팀은 'ERBB4'라는 단백질이 알츠하이머의 여러 병리를 한꺼번에 악화시키는 조절 인자라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모델 생쥐의 뇌에서 유전자 가위로 ERBB4만 선택적으로 제거했다. 그러자 뇌 속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절반 넘게 줄었고, 기억력과 공간 인지 능력도 개선됐다. 사람 뇌 조직 446명분을 분석했더니 환자일수록 ERBB4가 더 많이 발현돼 있었다.
여기서 냉정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성과는 생쥐 실험과 사람 뇌 조직 분석까지 온 것이지, 환자에게 쓸 약이 나왔다는 뜻은 아니다. 연구는 기초연구와 전임상 단계에 있다.

Jsme MILA
전임상에서 실제 처방까지는 정해진 절차가 있고,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잡는 기간은 이렇다.
| 단계 | 하는 일 | 대략 기간 |
|---|---|---|
| 후보물질 개발 | 표적을 약으로 만들 물질 탐색·최적화 | 3~5년 |
| 비임상 | 동물에서 독성·효과 검증 | 1~3년 |
| 임상 1~3상 | 사람 대상 안전성·유효성 확인 | 5~6년 |
| 허가 | 규제기관 심사 | 1~2년 |
전임상 단계의 표적 하나가 실제 신약으로 이어지는 데는 평균 10~15년이 걸린다. 임상 시험만 놓고 봐도 허가까지 평균 10년 안팎이며, 특히 효능을 가리는 2상이 가장 넘기 어려운 벽으로 꼽힌다. 게다가 유망한 표적이 모두 약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연구가 반가운 소식인 건 맞지만, 지금 돌보는 가족의 치료를 바꿔줄 소식은 아니라는 뜻이다.
당장의 선택지는 따로 있다.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는 약으로는 레카네맙(제품명 레켐비)이 2024년 5월 식약처 허가를 받아 국내에 도입됐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임상에서 병 진행이 약 27% 느려졌다.
다만 조건이 까다롭다. 대상은 알츠하이머에 의한 경도인지장애부터 초기 치매까지다. 이미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환자에게는 적용이 어렵다. 투약 전 MRI와 아밀로이드 검사(PET 또는 뇌척수액), APOE 유전자형 검사로 적합성을 따지고, 2주마다 정맥 주사로 18개월간 맞는다.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위험이 있어 정기적으로 MRI를 찍어야 한다.
새 연구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점검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분명하다. 다만 그 의미가 병상 앞에서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판단은 '언제 나올 신약'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족에게 맞는 선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