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가 향정신성의약품을 비대면으로 처방받고 매니저가 대신 약을 받은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으면서 비대면 처방의 허점이 다시 드러났다. 비대면 진료 자체는 조건부 합법이지만,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처방과 본인이 아닌 사람의 처방전 수령은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대리수령 예외 요건과 처방 약의 제한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처방받은 환자 본인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비대면 진료로 약을 받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정부는 2025년 10월 27일부터 시범사업 지침을 바꿔 비대면 진료를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의원급은 초진·재진 구분 없이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지만, 병원급은 희귀질환자와 수술·치료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 1형 당뇨 환자 정도로 제한된다.
약을 집에서 받는 재택수령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 섬·벽지 거주자, 만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등록장애인, 1·2급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다섯 대상에만 허용된다. 그 외에는 약국을 직접 방문해 받아야 한다.
비대면 진료는 아직 시범사업이다. 2025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라 2026년 12월 24일부터 정식 제도로 시행될 예정이라, 그 전까지는 지침이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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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리수령 문제를 다시 불러온 건 가수 싸이(박재상) 사건이다. 싸이는 2022년 2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자낙스와 스틸녹스를 비대면으로 처방받고, 이를 매니저 등 제3자가 대신 수령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싸이와 대학병원 교수, 전공의 3명, 매니저 등 6명을 검찰에 넘겼다. 싸이와 의사는 약식기소됐고 매니저 등 4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싸이는 2026년 9월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문제는 두 가지가 겹쳤다는 점이다. 자낙스와 스틸녹스는 의존성과 중독성이 커 대면 진찰과 처방이 원칙인 약인데, 이를 비대면으로 반복 처방받았고 본인이 아닌 사람이 받아갔다.
의료법은 직접 진찰받은 환자 본인이 처방전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가족이 대신 받는 대리수령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허용 요건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같은 질환으로 장기간 같은 처방이 이어지며, 의사가 해당 환자와 약에 대해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여야 한다. 이때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직계존비속과 그 배우자, 환자의 배우자와 배우자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노인의료복지시설 종사자로 한정된다. 대리로 받을 때는 신분증과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갖춰야 한다.
거꾸로 말하면, 단순히 바빠서·귀찮아서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약을 받아오는 건 이 예외에 들어가지 않는다.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싸이 사건에서 의사만 처벌받은 게 아니다. 처방받은 본인, 약을 대신 받은 매니저, 처방한 의료진이 모두 수사 대상이 됐다. 비대면 진료를 쓰는 환자라면 아래 정도는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편의를 위해 관행처럼 굳어진 대리수령이 실제로는 처벌 대상일 수 있다. 특히 수면제·신경안정제처럼 관리가 엄격한 약일수록, 비대면이라는 편리함보다 규정 확인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