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구조·구급에 참여했다가 트라우마로 숨진 소방관 2명이 8월 25일 특조위에서 161·162번째 희생자로 인정됐다. 재난 현장에 반복 노출되는 소방관·구조대원에게 외상후스트레스는 우울 위험이 일반인의 약 3배, PTSD 위험이 5배 이상 높은 직업적 위험이다. 재경험·회피·과각성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거나 일상이 무너지면 미루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나 국가트라우마센터·소속 상담 창구를 찾아야 한다.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8월 25일 제64차 회의에서 참사 당시 구조·구급 활동에 참여한 소방관 2명을 각각 161번째, 162번째 희생자로 인정했다. 한 소방관은 비번 중 비상소집에 응해 구조와 시신 이송을 맡았고, 이후 감정 기복과 대인기피, 우울·불안·불면에 시달리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약물치료를 받았다. 다른 소방관은 사망자와 환자 분류·이송을 맡은 뒤 활발했던 성격이 바뀌고 외상후스트레스와 우울, 수면장애, 말수 감소를 보였다.
특조위는 관계기관 기록과 관계인 진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심리 전문가 자문을 종합해 두 사람이 현장에서 겪은 트라우마 후유증이 사망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재난 트라우마가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사례다.

Alex Green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증상은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 첫째는 재경험이다. 사건이 원치 않게 반복 떠오르고, 악몽이나 플래시백으로 되살아나며, 비슷한 소리 같은 자극에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나는 신체 반응이 온다. 둘째는 회피다. 사고 현장과 관련된 장소, 사람, 대화를 피한다.
셋째는 인지와 기분의 부정적 변화다. 감정이 무뎌지고 우울, 죄책감, 자책이 이어진다. 넷째는 과각성이다. 잠들기 어렵고 집중이 안 되며, 사소한 일에 크게 놀라고 분노와 충동 조절이 힘들어진다. 핵심은 우울감만이 아니라 불면·두통·심장 두근거림 같은 신체 증상으로도 온다는 점이다. 그래서 본인은 "요즘 좀 피곤해서"로 넘기기 쉽다.
충격적인 일을 겪은 뒤 며칠간의 불안이나 불면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문제는 그것이 가라앉지 않을 때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일과 대인관계, 일상 기능이 눈에 띄게 무너질 때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본다.
특히 다음 신호는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당사자보다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달라졌다"는 변화 자체가 신호일 수 있으니, 주변에서 눈여겨보는 게 중요하다.
트라우마 치료는 효과가 확인돼 있다. 심리치료가 핵심으로, 외상 기억과 그에 대한 생각을 다루는 외상중심 인지행동치료와 노출요법, 안구운동 민감소실 재처리요법(EMDR) 등이 쓰인다. 필요하면 SSRI 계열 항우울제 같은 약물을 함께 쓴다.
접근 경로는 생각보다 여러 갈래다. 소방·구조 직군은 소방서로 전문가가 직접 찾아오는 '찾아가는 상담실'과 지역 심리지원 창구를 이용할 수 있고, 경기도에는 소방관 전담 '119마음건강센터'도 문을 열었다. 직군과 무관하게는 국가트라우마센터(nct.go.kr)와 정신건강의학과,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할 수 있다.
순서로 보면 이렇다. 먼저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간단히 기록하고, 소속 상담 창구나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문의한 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로 진단과 치료를 연결하면 된다. 소방청 조사에서 현직 소방관 10명 중 3명이 외상후스트레스 수준의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고 나온 만큼, 이는 개인이 약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미루는 사이 증상이 굳어질 수 있고, 앞선 사례가 보여주듯 방치된 트라우마는 악화되는 질환이다. 한 달 넘게 신호가 이어진다면 병원부터 가는 편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