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직후의 불안·불면·악몽은 대부분 정상적인 반응으로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완화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일상을 무너뜨리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의심해 전문 상담을 받아야 한다. 재난경험자는 가족과 복구 참여자까지 포함돼 누구나 재난심리회복지원과 1577-0199 등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집이 잠기고 산사태를 겪은 뒤 잠이 오지 않고, 그 순간이 자꾸 떠오르고, 사소한 소리에도 놀란다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국가트라우마센터도 재난 직후의 불안과 괴로움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회복된다고 설명한다. 몸과 마음이 큰 충격에 대응하느라 켜 둔 경보음 같은 것이다.
그러니 며칠 사이의 불면이나 눈물, 예민함을 두고 "내가 약해서"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정작 살펴야 할 것은 이 반응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이어지느냐다.

Vitaly Gariev
재난을 겪은 사람에게 흔히 나타나는 반응은 몇 갈래로 나뉜다. 그 장면이 반복해 떠오르거나 악몽을 꾸는 재경험,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장소·사람·뉴스를 피하는 회피, 늘 긴장하고 잘 놀라며 잠들지 못하는 과각성, 그리고 감정이 무뎌지고 멍해지는 상태다.
재난 뒤 1~3개월 사이에 이런 불안과 공포가 오르내리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가족이 함께 겪었다면 표현 방식은 나이마다 다르다. 특히 아이는 말 대신 짜증이나 퇴행, 배앓이 같은 신체 증상으로 힘듦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회복에는 시간이 걸린다. 완전히 추스르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기준은 '증상이 있느냐'가 아니라 '줄어들고 있느냐'다.
정신건강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일상생활을 눈에 띄게 방해할 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의심한다. 직장이나 집안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사람을 피하고, 몇 주째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면 혼자 버틸 일이 아니라 도움을 받을 때라는 신호다.
특히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미루지 말고 바로 연락하는 편이 좋다.
상담을 기다리는 동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자거나 먹는 시간을 최대한 규칙적으로 지키고, 카페인과 술을 줄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길게 두지 않는 것이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호흡을 천천히 고르는 안정화 기법을 안내하는데, 짧게라도 반복하면 과각성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된다.
도움의 문은 생각보다 넓다. 재난심리회복지원은 직접 피해자뿐 아니라 그 가족, 목격자, 복구에 참여한 사람까지 '재난경험자' 누구나 받을 수 있다. 피해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에 연락하면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상담과 프로그램을 안내받을 수 있다. 대피소나 지자체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찾아가는 심리상담을 연결해 주는 경우도 많으니, 먼저 물어보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