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앱과 웨어러블은 움직임·심박·소리로 잠을 추정하는 기기라 '잤다/깼다'는 90% 넘게 맞히지만 수면 단계와 각성 판별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습관 관리에는 쓸 만해도 수면무호흡 같은 질환을 진단하지는 못하며, 수면질환이 있으면 정확도는 오히려 더 떨어진다. 잘 때 숨이 멎는다는 목격, 심한 코골이와 낮 졸림이 몇 주 이어진다면 기기 점수와 상관없이 병원 수면다원검사를 고려해야 한다.
스마트워치나 수면 앱이 아침에 띄우는 점수는 뇌가 실제로 어떤 잠을 잤는지 들여다본 결과가 아니다. 손목형 기기는 3축 가속계로 잠자는 동안의 움직임을 읽고, PPG 센서가 LED 빛으로 심박수와 심박변이를 잰다. 앱은 스마트폰 마이크로 코골이 같은 소리를 분석한다.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움직임이 적고 심박이 느리면 깊은 잠'이라는 식으로 해석해 수면 단계를 추정한다. 대한수면의학회지의 웨어러블 수면평가 정리에 따르면, 이런 방식은 움직임 유무로 수면과 각성을 가르는 액티그래피에 뿌리를 둔다. 뇌파를 대신할 센서가 마땅치 않기 때문에, 단계 구분은 '측정'이 아니라 '추정'에 가깝다.
Photo by Slaapwijsheid.nl on Unsplash
수면다원검사(PSG)는 몸에 여러 센서를 직접 붙여 잠자는 동안의 상태를 기록한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뇌파, 안구운동, 근육 긴장도, 심전도, 호흡 양상, 혈중 산소포화도, 몸의 움직임을 함께 잰다. 기기가 추정하던 값들을 실제로 측정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이 검사는 수면무호흡증이나 기면증이 의심될 때 진단 목적으로 쓰인다. 2018년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단순 코골이가 아니라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본인부담 20%로 받을 수 있다. 부담금은 의원·병원급 약 11만 원, 상급종합병원 14만 원대다. 수면무호흡 여부는 시간당 호흡이 멎거나 얕아진 횟수인 AHI(무호흡·저호흡 지수)로 판정한다.
기기가 다 틀리는 건 아니다. 잘 맞히는 부분과 못 맞히는 부분이 갈린다. 호주 CQ대 연구진이 참가자에게 PSG와 수면 추적기를 동시에 채우고 30초 단위로 비교한 결과는 이렇다.
| 판별 항목 | 기기 정확도 |
|---|---|
| 잠들었는지 여부 | 90% 이상 |
| 수면 단계(얕은잠·깊은잠·렘) | 약 53~60% |
| 각성 상태 판별 | 26~73%(연구마다 편차) |
'잤다, 깼다'는 잘 맞히지만 어떤 잠을 얼마나 잤는지는 절반 수준이다. 더 중요한 함정은 따로 있다. 수면질환이 있는 사람에서는 정확도가 오히려 더 떨어진다고 보고된다. 정작 검사가 필요한 사람에게 기기가 가장 부정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수면 기기는 내 수면 시간이 들쭉날쭉한지, 취침 시각이 자꾸 밀리는지 같은 '추세'를 보는 데는 쓸 만하다. 습관을 다잡는 용도라면 매일의 점수 변화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음 신호가 있다면, 기기 점수가 좋게 나와도 진료를 미루지 않는 편이 낫다.
이런 경우 기기가 '안심'을 주더라도 그 안심 자체가 부정확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기기가 산소포화도 저하나 잦은 각성을 반복해서 보여준다면, 그 화면을 캡처해 진료 때 근거로 가져가는 편이 좋다. 결국 수면 기기는 병원에 갈지 말지를 대신 정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할 이유를 먼저 알아채게 해주는 도구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