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처벌과 의료 면허는 서로 다른 절차에서 결정되며, 면허취소의 관문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는 경우여서 형 선고 자체가 없는 기소유예는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2015년부터 10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 1,519명 중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2명에 그쳐 제도의 공백이 지적된다. 환자가 진료 전 특정 의사의 처분 이력을 조회하는 길은 현재 본인 확인만 가능해 사실상 막혀 있다.

의사가 성범죄로 입건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환자로선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떠오른다. 그럼 저 사람은 계속 진료를 볼 수 있나. 답을 가르는 핵심은 형사처벌과 의료 면허가 서로 다른 절차에서 결정된다는 점이다.
형사처벌은 법원이 정한다. 유죄면 실형, 집행유예, 벌금형 등이 나온다. 반면 면허 제재는 보건복지부가 의료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한다. 검찰이 어떤 처분을 내렸는지가 곧바로 면허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기소유예는 이 지점에서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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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의료법은 2023년 11월 개정으로, 성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했다. 여기서 '금고 이상'은 실형과 집행유예를 포함한다. 반대로 이 기준에 못 미치면 면허취소 대상이 아니다.
문제는 성범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강제추행이 형법상 벌금형으로도 처벌될 수 있다는 데 있다. 벌금형은 '금고 이상'이 아니므로 면허취소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기소유예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내려간다. 기소유예는 검사가 혐의는 인정하되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라, 애초에 법원의 형 선고 자체가 없다. 벌금형조차 면허취소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에서, 형 선고가 없는 기소유예가 면허취소 요건에 닿을 여지는 사실상 없다.
자격정지는 면허취소와 별개의 제재이긴 하다. 다만 일반 성범죄에서 기소유예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자격정지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이 구조가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통계가 보여준다. 한 집계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약 10년간 성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1,519명이다. 같은 기간 실제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2명, 자격정지는 15명에 그쳤다. 검거된 의사가 매년 2015년 114건, 2018년 163건, 2024년 187건으로 늘어온 것과 대비된다.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의미가 분명해진다. 검거는 1,519명인데 면허취소는 2명이다. 대부분의 사건이 금고 이상의 형에 이르지 않고 벌금형이나 기소유예 등으로 마무리돼, 면허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격차가 의료인 결격 사유를 넓혀야 한다는 논의가 반복되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진료 전에 특정 의사의 처분 이력을 확인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면허 조회는 본인만 자신의 면허를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타인의 면허나 행정처분 이력을 일반 국민이 조회하는 길은 막혀 있다. 의료기관조차 복지부의 행정처분 시스템과 연동돼 있지 않아, 채용 시 확인을 의무화하자는 법안이 논의되는 단계다.
정리하면, 환자가 사전에 처분 이력을 직접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 없이 129)에 문의하는 정도가 지금 열려 있는 창구다. 제도의 공백을 개인이 조회로 메우기 어렵다는 것이 이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이다.